 스티브 잡스라면 만들지 않았을 애플 제품들 | 잡스의 철학과 어긋난 디자인 6선

스티브 잡스의 엄격한 미니멀리즘, 완벽주의,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집착을 고려할 때, 그가 생전에 구축했던 '단순함'과 '혁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 몇몇 애플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해외 블로그와 기술 리뷰의 분석을 바탕으로,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출시를 주저했거나 만들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애플 제품들과 디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매킨토시 컴퓨터와 스티브 잡스 | 출처:theverge

1. 애플 펜슬 (Apple Pencil)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스타일러스가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실패한 것입니다(If you see a stylus, they blew it.)"라고 말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핵심은 손가락 터치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습니다.

애플 펜슬 | 출처:apple

많은 해외 리뷰어들은 애플 펜슬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잡스의 이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애플 펜슬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습니다.

2. 터치 바 (Touch Bar)

2016년 맥북 프로에 도입된 터치 바(Touch Bar)도 잡스의 철학에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터치 바는 물리적 기능 키를 대체하려 했으나, 직관성을 해치고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었습니다.

맥북프로 터치바 | 출처:cnet

잡스는 극도로 단순함을 추구했습니다. 해외 IT 평론가들은 터치 바가 기능적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사용자에게 필요 이상의 혼란을 주었다는 점에서 잡스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 잡스라면 직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키보드 경험을 선호했을 것입니다. 결국 애플은 2021년 맥북프로 모델부터 터치 바를 제거하고 물리적 기능 키로 돌아갔습니다.

3. 맥북 프로 노치 (MacBook Pro Notch)

2021년 출시된 맥북 프로 14인치 및 16인치 모델에 도입된 노치 디자인은 아이폰의 유산을 맥북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노치는 페이스ID를 탑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면 상단 메뉴 바의 일부 공간을 차지하여 디자인적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맥북프로 노치 디자인 | 출처:macrumors

잡스는 제품의 외형적 완벽성과 미학을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해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는 노치가 기능적 이점 없이 화면을 방해하는 '추한' 디자인 요소로 간주되며, 잡스의 미니멀리즘과 심미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4. '불필요하게 두꺼운' 아이폰 카메라 범프

아이폰 6 이후부터 두드러진 카메라 범프(튀어나온 카메라 모듈, 카툭튀)는 폰의 두께를 희생하여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디자인적 통일성을 해치며, 기기를 평평한 곳에 두었을 때 흔들리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아이폰 카메라 범프(카툭튀) | 출처:cnet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매끄럽고 완벽한 형태를 매우 중시했습니다. 해외 리뷰어들은 카메라 범프가 기능적 타협의 산물이며, 잡스라면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더 얇은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거나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5. 맥북 프로의 '동글' (Dongle) 의존성

2016년 이후 맥북 프로는 USB-C 포트만 남기고 기존의 다양한 포트(USB-A, HDMI, SD 카드 슬롯 등)를 제거했습니다. 이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이었으나, 사용자에게는 어댑터(동글)를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했습니다.

맥북프로 USB-C 동글 어댑터 | 출처:coupang

잡스는 '단순함'을 추구했지만, 이는 사용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단순함이 아니었습니다. 해외 기술 매체들은 2016년 맥북 프로가 사용자 편의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동글'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잡스의 철학에 역행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애플은 2021년 맥북 프로 모델에 HDMI 포트와 SD 카드 슬롯을 다시 도입하며, 지나친 단순화가 사용자 편의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습니다.

6. 맥세이프의 포기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맥세이프(MagSafe) 충전 방식의 포기였습니다. 맥세이프는 자석식으로 케이블이 쉽게 분리되어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혁신적인 안전 기능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연결을 넘어 사용자의 안전과 편리함을 제공한 잡스 철학의 구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범용성을 이유로 USB-C로 전환했습니다. USB-C는 데이터 전송과 충전을 하나의 포트로 통합했지만, 맥세이프의 안전성과 직관성을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맥세이프 vs USB-C | 출처:9to5mac etc

이로 인해 맥세이프의 편리함이 사라지자, 여러 서드파티 제조사에서 USB-C 포트에 연결하여 맥세이프와 같은 마그네틱 기능을 제공하는 변환 어댑터와 케이블을 앞다퉈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케이블 끝에 자석을 달아 원래의 맥세이프와 유사하게 충전 케이블이 착하고 달라붙는 방식으로, 케이블에 걸려 넘어졌을 때 노트북을 보호하는 맥세이프의 안전 기능을 재현했습니다. 결국 사용자들은 맥세이프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되찾기 위해 별도의 액세서리를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잡스는 범용성보다 완벽한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했습니다. 결국 애플은 2021년 맥북 프로에 맥세이프를 다시 도입하며 USB-C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잡스 이후, 사라진 단순함의 미학

스티브 잡스는 ‘덜어내는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을 신봉했습니다. 그의 철학에서 단순함은 결코 기능의 축소가 아니라, 불필요한 복잡함을 제거한 ‘본질의 미학’이었습니다.

그가 떠난 이후의 애플은 때때로 실용성과 범용성을 이유로 이 엄격한 기준에서 멀어졌습니다. 편의성과 시장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들은 기능적으로는 진보했지만, 잡스가 추구했던 ‘완벽한 조화’와 ‘감성적 직관’의 영역에서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오늘날의 애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기술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완벽을 향한 집착이 사라진 자리에는, 잡스가 믿었던 그 ‘단순함의 미학’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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